고양이 치아흡수병변

저희 집 고양이는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먹고 똥도 잘 싸고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었습니다.
다만.
"냐옹" 할 때 유난히 침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,
입 안을 보니,
상악 우측 송곳니 쪽에 붉은 점 같은 게 있더라고요.

치석이 많은 어금니는 뽑았고 스케일링도 다 해서 치아에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는데.
인터넷 검색해보니 치아 흡수 병변인 것 같았습니다.
급하게 병원을 방문했는데.
맞더라고요.

 

 

치아 흡수 병변이,

치아가 녹아내려 흡수되는 질환으로 상아질, 시멘트질(상아질 감싸는 부위)부터 녹기 시작하여,
심할 경우에는 치수 강(치아 제일 안쪽의 신경 있는 부위)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합니다.

고양이에게 흔한 질환이며,
흡수가 시작되면 굉장히 고통이 심하다네요.
증상은,
침 흘림, 잘 못 먹음, 자주 얼굴을 앞발로 문지르거나 바닥에 비빔, 사료를 먹다가 흘리기도 하고 턱을 떨기도 한답니다.

치아흡수병변

육안으로는 치아에 붉은 반점이 있거나,
잇몸이 빨갛게 보이고,
정확한 진단은 X-ray 촬영으로 판단합니다.

 

치료 방법은, 너무 잔인한데. 전 발치입니다.

치아 흡수 병변이 일단 발생하면 주위로 옮겨가기 때문에,

재발이 굉장히 흔해서 전 발치가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.

원인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어,
칼슘 부족, 치석 등이 발병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고만 합니다..


저희 아이는 14살이고,
몸무게도 3kg밖에 안 나가고, (입이 짧아 잘 안 먹음)
수술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되더라고요.
수술은 해야 할 것 같은데, 나이가 너무 많고, 너무 가벼워서 체력도 안될 것 같고,
이빨 때문에 괜히 수술했다가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.
너무너무 걱정되었습니다.

 

내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줘서 자꾸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습니다.

전 발치가 가장 확실하기는 하나,

이후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더라고요.

솔직히,

목숨에 지장이 있는 질환도 아니고,

치아가 다 녹을 때까지 고통을 못 느끼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고, (소수겠지만..)

진행이 느린 고양이도 있다던데.

그렇지만,

재발이라도 되면 그때는 더 나이 들어 수술을 못 할 수도 있으니 그것도 걱정이고.

너무 고민되었습니다.

 

담당 선생님과 오랫동안 상의한 결과,
다행히 초기라서,
칼슘 보충이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고 하셔서 해당 치아만 발치하고,
칼슘 보충을 계속하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.


수술 전 검사로,
나이가 많아 여러 가지 검사를 많이 했습니다.
종합 건강검진받은 거죠 뭐.
치아 발치 개당 20만 원 정도, 검사비 포함해서 총비용은 80~100만 원 정도 들었고 입원은 안 했습니다.


수술 도중 심장이 멈추면 살리는데 동의한다는 동의서 쓰라고 해서 그런 상황이 생기지 말기를 빌고 빌며 작성했습니다.
(와, 이거 동의 안 하는 사람도 있나요?)

예상했던 수술 시간보다 훨씬 많이 지나서,
엄마랑 밖에서 계속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시며 나오셨어요.
수술 도중 심장이 한번 멈췄었다고 하더라고요.

 

 

수술 후,

칼슘약 처방받아 1주일에 1회 투여하고 있고,
3개월에 한 번씩 병원 방문하여 이빨 상태를 봅니다.


지금 2년 정도 되었는데,
다행히 치과 쪽은 이상이 없습니다.

현재 4개의 송곳니 중, 하나가 없어요.
귀여운 앞니는 나이 들어서 몇 개가 빠져버리고.
"냥" 하면 송곳니가 3개밖에 안 보여요.

그래도 얼굴은 엄청 동안!

뭐라 해도 세상 귀여운 내 새끼!

다음 달이면 16살인데,
아직도 놀아달라 하고 밥 달라 하는 거 보면 정정하신 것 같아 아주 행복합니다.